미라클모닝 시작 계기
작년 12월 10년동안 곪아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문제는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고 가족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해결사가 없었다. 결국 우리 집안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내 형제자매가 희생해서 잠시 상황은 정리가 됐지만, 또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때였다.
나는 그 당시 그런 큰 문제도 무시할 정도로 내 문제에 사로잡혀서 아무런 의욕도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그날도 다른 때와 같이 늦은 새벽 집안의 반딧불이를 자처하며 의미없이 검색창을 열었다가 닫고, 새로고침을 무한반복하던 중 핸드폰 용량이 거의 가득 찬것을 발견하게됐다. 그리고 제일 먼저 갤러리를 정리하려고 들어갔다. 우연히, 아주 우연하게도 언젠가 봐야지하고 저장해뒀던 책 표지 이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라클 모닝> 할 엘로드 저
그리고 이 책이 지금까지 내가 계획하던 내 모습으로 바꿔줄줄은 몰랐다. 계획 후 바로 행동하고, 그날 일은 그날 끝내는 그런 행동지향적인 인간. 지금 내 모습과는 정반대의 유형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사기로 결심하는데 몇주가 걸렸고, 다시 구입하고서 몇주가 지난다음에 첫 페이지를 열었고, 다 읽고 난 후 한달 뒤에서야 실천하게 되었다.
그날은 참 이상하게도 한달 동안 꾸준히 먹던 야식이 먹고싶지않았다. 그래서 밤에 편히 잘 수 있었고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마침 그달까지 하고 그만둔 요가원에서 입던 추리닝 바지와 기능성 티가 방 한구석에 가지런히 개져있었고 알람을 듣자마자 바로 몸이 깨어났다. 그 뿐이다. 나머지는 아주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났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끼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집으로 왔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든 생각은 '와, 진짜 책에서 본대로 했네. 6가지 중에 한 가지는 했어.' 였다. 그리고 그날은 상쾌하게 보낼 줄 알았지만 점심형 인간으로 변한 내몸은 아침 일찍 움직인게 큰 충격이었는지 낮잠을 3시간이나 잤고, 눈 떠보니 저녁 먹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산책을 꾸준히 했다. 남들 출근/등교하는 시간에 혼자 운동복을 입고 나와 같은 차림으로 산책하는 동네 어르신들을 지나쳐가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쌓았고, 그 뒤로 행동들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어느덧 나만의 미라클모닝 루틴이 완성되었다.
이 글은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미라클모닝 안내서이다. 혹시나 내가 예전이 그리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끔 작성하려고 한다. 타자검정 연습시간 이후로는 아주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어색한 감은 있지만, 이 글을 다시 돌아보게 될 먼 훗날의 내가 부끄러울만큼 큰 수정없이 그냥 적어나가기로 했다.
나의 루틴 소개
행동 앞에 붙은 숫자는 시작한 순서이다. 많은 행동들이 실행되었고 마무리 되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던 내게 미라클모닝 역시 계획 세우기의 일종으로 생각되었으나 예전의 내가 세우던 계획과 미라클모닝 루틴의 차이점은 실행 후 수정, 보안을 거쳤느냐 아니냐다. 나에게 계획이란 한 번 세우면 절대 고쳐서는 안 되고 실천도 어려운 존재였지만, 산책을 시작으로 일단 해보고 하나둘씩 추가하거나 빼면서 다듬어진 루틴은 비교적 가벼운 존재가 되었다.
1. 산책
미라클모닝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같은 존재다. 알람 듣고 일어나면 우선 목을 축이고 곧장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빨았는데 덜 말랐다면 바지는 다리가 쭉쭉 잘 뻗어지는 편한 걸로, 티는 땀이 잘 흡수되는 걸로 대체해서 입었다. 그리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출근/등교하는 사람들 사이를 유유자적 걸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터덜터덜 걸은건 아니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까하는 걱정을 억누르며 시선은 최대한 앞을 보고 엉덩이와 허벅지 접히는 부분에 자극이 오도록 뒤로 차는 발에 더 힘을 주었다. '아, 이렇게해서는 운동 안 될 텐데.' 하는 정도까지만 하고 집으로 돌아와 곧장 씻었다. 그리고 스케줄러에 씻는 시간도 포함하여 총 걸린 시간을 표시한다.
날씨가 구려서 다음날 아침이 걱정되면 자기 전에 항상 '그래도 (산책) 나간다' 를 소리내어 말했다. 그리고 미리 운동복 옆에 우산이나 모자를 챙겨두고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났다. 핑계를 대는 순간 스케줄러는 구멍이 난다. 이제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했다는 자부심에 금이 갈 수는 없다. 아침에 못한 날에는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책 코스로 돌아오면서 체크했다.
3. 상상(시각화)
생각이 많은 내게는 생각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래서 산책할 때 듣는 음악에 맞춰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부터 잘 버텨서 오게 된 중년의 나이를 지나 평온해진 노년까지 오고 나면 그날 밤에는 편안하게 잠들듯이 간 내 모습을 상상하며 울적해질 때도 있지만, 다음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생각에도 루틴이 있는지 이 생각을 반복한 뒤로 다른 시간에는 깊은 상상에 빠져들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기분도 안 좋은 날에 낮잠자고 일어나면 울적한 생각에 빠져 뒤척이지만 곧 털어내고 일어난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했던 그 울적한 생각을 다시 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다.
15. 식염수팩 10분
잡애 온 변화와 함께 내게 찾아온 원인 모를 피부 질환으로 인해 시작한 행동이다. 어느 순서에서 해야 자연스러울지 모르겠어서 방황하다가 오늘 아침 세번째 순서로 결정했다. 씻고 나온 후에 잠깐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어서 완치 후에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아침, 저녁으로 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봤고, 아침에만 할 때는 저녁이면 효과가 떨어졌고, 저녁에만 하면 점심에 피부에 자극신호가 왔다.
멸균거즈를 권장하지만 가격대가 부담스러워서 미용거즈로 대신하고 있다. 코를 기준으로 반으로 나눠붙이면 호흡에도 문제없고 앞도 보인다.
4. 일기
예전부터 손으로 글씨를 쓰며 계획과 생각들을 정리했던 습관 때문인지 일기를 타자로 쓰는 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갤럭시 탭S3에 펜으로 쓰고 있다.
미라클모닝 이전에 했던 100일 기도법때 27페이지가 넘어가자 파일이 안 열리는 현상이 발생해서 무조건 1일기 1페이지를 고수하며 행동에서 습관으로 굳어졌다.
샤워시간을 뺀 순수한 산책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족들 이야기를 하거나 내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을 바로 적으면서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기도 하고 있다.
다 쓰고 나면 형광펜으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메모장에 정리해둔다. 메모만 보면 내 일기는 제법 실용적이다.
6. 읽기 실용책 2권
야심이 늘 넘쳤지만 그에 비해 초라한 현재의 내 모습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미라클모닝과 함께 산 책 중에 실용서들을 골라 읽기 시작했고, 어느덧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나름 책과 친하다고 생각했건만 책장 넘기면 그 전 내용이 생각 안나고, 방금 읽은 문장이 이해가 안돼서 진도가 안 나가는 내 모습에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모르겠어도 무조건 읽기. 그런데 어디까지 읽었는지도 기억 못할까봐 목차까지만 읽는 걸 목표로 했더니 이제 제법 빠르게 읽고 내용을 기억하기도 한다.
8. 독서 후 메모정리
다 읽은 책을 위주로 하고 있다. 형광 플래그로 표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서 쓸거리도 찾고 리뷰도 써볼 생각이었으나 이미 관심 밖으로 벗어난 책은 어떤 맥락에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메모를 하긴 하되,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은 읽은 후에 바로 메모하는 방향으로 보완했다. 언젠가 이 습관이 읽기와 합쳐지길 바란다.
2. 확신의 말
책속에서 예시 문장이 있지만 크게 와닿질 않아서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게 된 '자기 암시 박수' 를 대신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가 많아서 말은 속으로 박수는 리듬만 맞춰서 하다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이것을 시작으로 나만의 확신의 말이 만들어지길 바라고 있다.
9. 팔운동 10회
팔굽혀펴기를 위해 시작했으나 지금은 주객전도되어 팔굽혀펴기는 안하고 팔운동만 하고 있다. 아령과 밴드를 이용한 간단한 동작을 하기 때문에 했다는 성취감은 느낄 수 있지만 자극은 오지 않는다. 최근에 응용 심화한 동작에서 자극을 느끼고 있으므로 점차 응용 심화 동작을 기본으로 횟수를 늘릴 생각이다.
아령은 이소라 팔운동 자세를 참조하였고, 밴드는 어깨너비보다 더 벌린 한쪽 발이 밴드를 밟고 그 밟은 발쪽 손을 어깨만큼 올렸다 내렸다하는 동작이다. 응용 심화 동작은 팔을 접은 상태에서 팔꿈치를 어깨만큼 올렸다가 내린다.
23. 블로그 기록
며칠 전부터 꿈꿔왔고 어제 계획해서 오늘에서야 실행하는 행동이다. 이미 구글 keep 메모의 체크박스를 통해서 날짜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장문으로 기록할 필요가 있어보여 시작했다. 키보드를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타자치니까 훨씬 수월하다. 단점은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는 환경이나 키보드 연결 불량이 일어나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내용물이 날아가므로 수시로 저장을 해줘야한다. 방금 그렇게 해서 이 글이 날라갔었고,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마음이 아프다.
미라클모닝을 통해 사소한 실천을 해나가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점은 계획을 세우면 그날 어떻게든 끝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들은 분 단위에 끝날 일을 하루종일 붙잡고 있긴 하지만 그날 실천했다는 점에서 항상 마음이 편안해진다. 방금 글이 한번 날라갔었고, 12시를 넘기지 않기 위해 급하게 쓰면서 이전 글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내용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오늘 끝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기로 했다.
내가 해가 지고 나서야 미라클 모닝의 마지막을 실천하게 한 방해요소들, 예컨데 가족들의 부름이나 예기치 못한 약속이나 핸드폰 알람과 늘 새로운 정보로 북적이는 인터넷에서 나름대로 벗어나는 방법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오늘 아침 산책을 시작한 어머니에게서 깨달은 사실이다. 내 모습을 보고 산책을 시작하셨지만 어머니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침엔 저기압으로 누워있으시다가 좀 움직일때가 되면 점심 먹을 시간이라 나갈 수가 없고, 식구들이 다 밥을 먹고 나면 이제 쉬어야겠다고 누우면 어영부영 다시 저녁 먹을 때가 되어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으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꾸준히 나가려고 노력하셨고 결국엔 저기압을 이겨내고 아침에 산책을 시작하셨다. 내가 누군가에게 변화를 일으키게 되다니 놀라웠다. 위기에 의해 새로운 환경으로 변해도 변치 말기를 바라며 이만 마친다.
최종 목표
미라클모닝
나의 미라클모닝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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